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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코로나 치료비용 3500만원

리베로수 2021. 5. 2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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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코로나 치료비용 3500만원


태국의 확진자가 매일 3천 명을 넘어갑니다. 태국은 관리가 매우 잘 되는 나라였습니다. 사망자가 없는 날이 많았는데, 최근엔 하루 20~30명씩 사망합니다. 며칠 전 방콕에선 생후 두 달 된 영아가 사망했습니다. 기저 질환이 있었는데, 고열이 오르자 선뜻 입원시켜줄 병원을 찾지 못했습니다.

 

어제는 처음으로 인도 변이 바이러스의 지역 감염이 확인됐습니다. 이 변이 바이러스는 더 쉽게 감염됩니다. 서둘러 (지난해 말 유럽이나 미국처럼), 방콕 내셔널 스타디움에 긴급 병상도 마련됐습니다. 교도소에 집단 감염이 워낙 심각해서 기저 질환이 있거나, 나이가 많은 재소자 5만여 명을 일시 석방하기로 했습니다.

 

17일간 방콕의 한 대형병원에 입원해 코로나 치료를 받은 환자의 진료비 영수증. 98만바트(우리 돈 3,500만 원)가량이 청구됐다.

 

국민들의 두려움이 커집니다. 감염도 감염이지만, '내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 입원이라도 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입원을 한다 해도 문제입니다.

 

최근 SNS에 공유된 한 환자의 코로나 입원비 영수증. 989,670바트(3,500만 원 정도)입니다. 17일간의 입원 치료 뒤 청구된 영수증입니다. 이곳 방콕의 대졸 직장 근로자 임금이 어림잡아 월 100만 원 정도니까, 매우 큰 돈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니, 약값(266,857바트)과 의료장비 비용(210,291바트)에 각각 1천만 원 가까운 비용이 청구됐습니다. 이 환자가 아주 비싼 건강 보험에 가입해 이중 얼마를 보험금으로 지급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태국 국민 대부분은 민간 건강보험에 가입할 형편이 안됩니다.

 

현실이 이러니, 방콕 시민들은 정말 감염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인지 방역 규칙을 매우 잘 지킵니다. 제가 근무하는 방콕 MCOT(태국 국영 방송사) 건물에선 정말이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의료시스템이 부실합니다. 몸이 아프면 저렴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공립 병원이 있지만, 여기선 일반적인 수술도 수개월씩 기다려야 합니다. 물론 특급호텔 수준의 몇몇 종합병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비가 한국의 몇 배입니다. ‘하이소’라 불리는 특정 계층과 비싼 보험에 가입한 외국인들이 주로 이들 병원을 이용합니다(무슨 병원에 에스컬레이터가 그리 많은가).

 

관습적으로 전염병에 걸리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고, 특히 ‘과연 내가 코로나에 걸리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라는 불신이 크게 작용합니다(실제 천만 원 이상 치료비가 청구된다면 이곳 시민들 대부분 입원을 거부할 겁니다). 정부를 믿지 못하는 겁니다.

 

태국의 또다른 확진자가 공개한 입원비 영수증. 93만바트(우리돈 3천3백만원 정도)가 청구됐다. 태국의 도시 근로자가 수년간 벌어야 모을 만큼 큰 돈이다. 하단에 ‘코비드 치료에 거의 1백만바트가 나왔어요’라고 써져있다.

 

백신 도입은 늦어지고 있습니다. 정부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자, 태국정부는 민간 병원들의 백신 도입을 허용할 계획입니다. (뭐든 정부보다 빠른) 민간의 힘으로 하루라도 더 빨리 백신을 접종하자는 겁니다. 이 경우 백신(모더나) 가격은 1번 접종에 100달러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이곳 서민들에겐 큰 부담입니다.

 

그러니 국민들은 그저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입비가 2~3천바트(10만원 가량)쯤 하는 민간 ‘코로나 보험’이라도 가입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확진되면 360만 원 정도 보험금이 나옵니다.

 

백신 도입이 늦어지자, 미국으로 여행 가서 백신을 맞는 관광상품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습니다. 샌프란스시코에서 관광도 하고 백신(얀센)도 맞고 오는 9박 10일 상품은 1인당 600만 원 정도입니다. 말리지도 못하는 태국 정부는 그저 ‘백신 관광’이라는 용어를 광고 문구에서 삭제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태국에서 ‘유전(有錢)백신’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겁니다.

 

며칠 전부터 방콕 시내에 달걀과 쌀, 식용유 등을 아주 저렴하게 파는 트럭이 등장했습니다. 코로나로 지친 서민들을 위해 마련한 일종의 '복지트럭'입니다. 소득세와 보유세 등이 턱없이 낮아 부자들의 천국인 태국에서, 정부가 서둘러 도입한 '코로나 민생대책' 중 하나입니다.

 

태국의 한 여행사가 출시한 관광상품. 9박 10일 샌프란시스코를 관광하며 백신(얀선)을 맞을 수 있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의 공습이 예기치 않게 여러 우리 사회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국가란 무엇일까.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는 왜 존재할까. 바이러스 앞에 태국인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각자도생’입니다.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습니다’. 태국 시민들이 이 위기를 극복한다면 그것은 방역 시스템이 아닌, 감염에 대한 국민들의 두려움 때문일 겁니다.

 

이 위기가 지나고 태국 정부가 얼마나 공공 의료시스템을 정비할지 궁금합니다. 그러려면 세제와 정부 재정을 개혁해야 합니다. 가능할까요? 인간은 이 위기를 경험 삼아 부실한 사회 시스템을 얼마나 뜯어고칠 수 있을까요? 그걸 꼭 바이러스가 지켜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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