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정치 입문의 첫 공개 활동을 시작했다. 윤 전 총장은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며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국민의 힘 입당 여부 등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국민의힘 입당 시기를 묻는 기자들에게 "제가 걸어가는 길을 보면 차차 아시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국민 여러분들의 기대 내지는 염려, 이런 것을 저희가 다 경청하고 알고 있다"며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오는 11일)가 끝나면 본격 행보 시작하나', '(입당 관련) 간을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장모 구형에 대한 입장' 등의 질문에는 침묵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남산 예장 공원에서 열린 우당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그가 지난 3월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뒤 특정 행사에 공식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총장은 기자들에게 "오늘이 이회영 선생을 기리는 날인데 제가 여기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하시자"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이날 일정은 우당 이회영 선생의 후손이자 윤 전 총장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의 인연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영 선생은 일제에 의해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되자 만주로 이주해 독립운동 비밀결사인 신민회 창립을 주도했고 이후 신흥 무관학교를 설립하는 등 항일 무장 독립운동의 선구자 역할을 한 인물이다.
윤 전 총장은 이회영 선생에 대해 "어른들께 어릴 적부터 우당의 삶을 듣고 강렬한 인상을 많이 받아왔다"며 "우당과 그 가족의 삶은 엄혹한 망국의 상황에서 정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생생하게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또 "한 나라는 어떤 인물을 배출하는가와 함께 어떤 인물을 기억하는가에 의해 존재가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국가의 리더관이 이회영 선생의 삶의 궤적에도 담겨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생생하게 상징한다"고 언급한 대목에선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내로남불 논란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것과 대척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윤 전 총장의 이날 행사 참석이 예고되면서 개관식 행사장 주변은 취재진과 지지자, 그의 행보를 지켜보는 유튜버나 일반 시민 등의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행사 후 윤 전 총장은 자신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구속" 등의 외침이 뒤섞이며 혼잡한 상황이 지속되자, 당황한 듯 말을 하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뜻
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
요약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되었다.
초기 로마 사회에서는 사회 고위층의 공공봉사와 기부·헌납 등의 전통이 강하였고, 이러한 행위는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인식되면서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귀족 등의 고위층이 전쟁에 참여하는 전통은 더욱 확고했는데, 로마 건국 이후 500년 동안 원로원에서 귀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15분의 1로 급격히 줄어든 것도 계속되는 전투 속에서 귀족들이 많이 희생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귀족층의솔선수범과 희생에 힘입어 로마는 고대 세계의 맹주로 자리할 수 있었으나, 제정(帝政) 이후 권력이 개인에게 집중되고 도덕적으로 해이해지면서 발전의 역동성이 급속히 쇠퇴한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근대와 현대에 이르러서도 이러한 도덕의식은 계층간 대립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전쟁과 같은 총체적 국난을 맞이하여 국민을 통합하고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득권층의 솔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제로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영국의 고위층 자제가 다니던이튼칼리지 출신 중 2,000여 명이 전사했고, 포틀랜드 전쟁 때는 영국 여왕의 둘째 아들 앤드루가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하였다. 6·25 전쟁 때에도 미군 장성의 아들이 142명이나 참전해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다.
당시 미8군 사령관 밴플리트의 아들은 야간폭격 임무수행 중 전사했으며,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아들도 육군 소령으로 참전했다.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이 6·25 전쟁에 참전한 아들의 전사 소식을 듣고 시신 수습을 포기하도록 지시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원래 왕자나 공주도 나름대로 고달픈 법이다. 왕족이나 귀족들은 평상시에는 호화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었지만,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제일 먼저 희생되어야 했다. 테세우스의 이야기 외에도 에티오피아 왕국의 안드로메다 공주는 괴물 고래에게 제물로 바쳐졌고, 트로이 전쟁에 나서던 그리스 군은 총대장 아가멤논의 딸을 희생시키고 나서야 출정이 가능했다.
이러한 행동을 조금 어려운 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하는데, 귀족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타고난 신분에 따른 각종 혜택을 받는 만큼, 윤리적 의무도 다해야 한다는 뜻의 프랑스 어이다. 테세우스는 왕자로서의 특혜를 바라지 않고, 일반 시민들과 똑같이 죽음의 길로 나섰기 때문에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그대로 보여 줬다고 할 수 있다.
염라대왕 하데스의 부인 페르세포네를 빼앗으러 죽음의 세계인 지하에까지 쳐들어갈 정도로 모험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던 테세우스는 뜻밖에도 전혀 영웅답지 않은 죽음을 맞이한다. 다른 사람에게 벼랑에서 떠밀려 떨어져 죽은 것이다.
미로라면 자신 있던 테세우스였지만 발밑도 더듬어 가야 한다는 간단한 사실을 몰랐던 모양이다.
벽 따라가기는 단순한 평면 미로에서 뿐만 아니라, 아래위로 갈라지는 통로가 있는 3차원 미로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데 이를 몰랐다니 애석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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